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 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넘겨 주게.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울어
<후 렴>
이 가사는 정선 아리랑의 시원을 이루는 노래로서 지금부터 600여년전 고려조(高麗朝)가 망국함에 벼슬하던 선비들이 이를 비관하고 송도(松都) 두문동(杜門 洞)에 은신하다가 이곳 정선으로 은거지를 옮기어 지금의 정선군 남면 낙동리 거칠현동(居七賢洞)과 백이산(伯夷山)을 왔다 갔다 하며 고려가 그냥 망하고 말것이냐 혹은 재기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면서 송도에서 험악한 구름이 모여드는 시운(時運)을 한탄하고 쓰라린 회포를 달래며 부른 노래이고 대사 는 이러한 시국이 아니라면 자기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쓸쓸한 이 산중에서 울부짖으며 살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심정을 읊은 것이다.
정선아리랑의 가락이 구슬프고 구성진 곡조를 지닌 것은 이러한 탄식과 설움에 연유한 것이
강초일일(江草日日)에 환추생(喚추生)하니
강물만 프르러도 고향생각 나네. 무협(巫峽)이 냉냉하여 비세정하니 인생차세(人生此世)에 무엇을 하나
<후 렴>
이 노래는 고려조가 망함에 불사이군의 충의를 지키기 위하여 정선에 낙향한 선비들이 부른 노래로 그들이 겪고 있는 쓰라림이 마치 오랜 옛날 중국 당현종 (唐玄宗)대에 서촉(西蜀)으로 쫓겨나서 갖은 고생을 다한 두보의 처지와 같으므로 두보의 시에다 그들의 심정을 첨가하여 부른 노래이며, 정선에 와서 첫봄 을 맞으니 지난날에 영화롭던 시절의 회상과 이러한 산중에 와서 남아로 국가운명을 바로 잡지 못하고 은신만 하고 있는 자신들의 신세를 부른 노래다.